

작년 여름, 콜라보 전시를 함께했던 공간의 간판을 만들었다.
홍대 더 플레어.
Space · Exhibition · Food.
디자인의 출발점
섞이되 밋밋하지 않게

전시·대관 공간이라 독특한 개성보다 수용력이 돋보이길 고민하면서
어떤 소재, 어떤 분위기의 전시가 들어와도 충돌 없이 함께할 수 있는 디자인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.
이번 작업에서 고민은 세 가지였다.
전시·대관 공간은 늘 다른 얼굴의 콘텐츠를 품는다.
오늘은 사진 전시, 내일은 설치 작품, 그다음 주엔 팝업 마켓.
첫 번째 고민은 — 어떤 소재가 들어와도 충돌하지 않는 중립적인 배경을 만드는 것.
두 번째는 — 그럼에도 복합문화공간 더플레어가 추구하는 분위기가 느껴질 것.
세 번째는 — 그럼에도 심심하지 않은 요소.

그래서 화이트 베이스의 균일한 그리드 패턴을 기본으로 잡고, 그리드 사이사이에 블록형 입체 모듈을 넣었다. 같은 화이트 안에서 깊이가 달라지는 구조.

더 플레어 로고의 레드와 블루는 최대한 살렸다. 배경이 심플할수록 로고의 컬러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구조다.
그 세 가지 고민이 하나의 디자인 안에서 균형이 잡히기를 완성할 때까지.. 너무 완성이 궁금했었다.
뒤를 열어둔 이유

뒤를 열어두면 빛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.
어떤 조명이 들어오든, 어떻게 걸리든 — 유리는 그 빛을 받아서 표정을 만든다.
열린 구조로 마무리한 건 그 가능성을 미리 닫고 싶지 않아서였다.
열린 결말 같은 구조랄까.
어떤 빛이 어떻게 채워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분위기가 궁금하다.
같은 건 같게
생각보다 훨씬 어렵다

이번 작업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건 사실 로고가 아니라 배경의 그리드였다.
같은 간격, 같은 두께, 반듯한 직선의 반복.
심플해 보이지만 균일한 반복일수록 오차가 더 잘 보인다.
복잡한 패턴은 실수가 묻히지만, 정직한 격자는 숨길 곳이 없다.
한 칸이라도 틀어지면 전체가 흔들린다.
마무리

완성된 간판을 공방에서 빛에 비춰봤을 때, 레드와 블루가 생각보다 강하게 살아났다.
화이트 그리드가 조용히 받쳐주니까. 서로 다른 역할이 균형을 잡는 순간이었다.

또 하나 의도된 것 중에 어떤 빛의 각도에서는 블랙으로 보여 입체감을 주고 또 다른 빛의 각도에서는 보라빛으로 보여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.
실물에서 그 재미를 보는 이가 찾길 바랐다.
유리는 직접 봐야 제맛 아닌가.. 라며

홍대 복합문화공간 더플레어에서 때마다 자기 색을 내줄 이 작품의 매력발산을 기대한다.

